쿠바 권력 형제세습… 라울 카스트로 ‘형만한 아우’ 시험대

입력 2011-04-20 18:16

라울 카스트로(79)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 제1서기로 선출됐다. 행정 수장에다 공산당 내 1인자 자리까지 굳힘에 따라 쿠바에서는 명실상부한 ‘라울의 시대’가 시작됐다.

라울은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이자 혁명 동지다. 아바나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피델, 체 게바라 등과 게릴라 항쟁을 함께하며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공을 세웠다. 쿠바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1959년 국방장관에 취임했고, 1976년에 평의회 부의장으로 승격했다. 이후 2008년 2월 피델이 건강 문제로 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49년간 형을 보좌했다.

평의회 의장직에 오른 후 라울은 ‘쿠바의 중국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그는 당 서기 수락 연설에서도 “경제적으로 필요한 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은 국가가 조절할 수 있는 한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천명했다.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며 개혁·개방 노선을 내세운 덩샤오핑식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번 당 대회 기간 통과된 300여개의 혁신적 경제개혁안도 그가 직접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공무원 대규모 감원 조치와 이를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다. 전체 공무원 510만명 중 20%인 100만명을 해고하고, 178개 분야에서 자영업을 허용해 공무원을 민간 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50여년간 금지됐던 주택·차량 매매를 비롯해 은행 대출도 허용된다.

시장개방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쿠바를 방문해 “대(對)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1억1700만 달러(약 1조2600억원)를 들여 아바나에 초호화 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개혁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이달까지 공무원 50만명을 우선 감축하려던 계획은 거센 반발로 잠정 연기됐다. AP통신은 “계획경제와 폐쇄된 구조에 익숙한 쿠바인들이 개혁과 개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