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낙선재의 꽃대궐

입력 2011-04-20 17:57


‘매우(梅雨)’라고 한다.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고 한다. 시간으로는 유월 상순부터 칠월 상순까지다. 흙비를 말하는 ‘매우(駱?’와 혼용되기도 했다. 최인훈의 ‘회색인’에 “과꽃이 피기 전 매우의 계절에 그는 밤늦도록 안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새웠다”는 대목이 나온다. 과꽃이 7월에 피니 시제가 맞다. 더러는 매화꽃이 떨어지는 모양을 일컫기도 한다. 빗줄기에 무리지어 낙화하는 꽃잎!

매화가 지고 있다. 퇴계가 친히 ‘매형(梅兄)’이라고 불렀고, 이규보가 ‘달 속 항아의 몸’이라며 탐닉했건만 봄비 앞에서 속절없이 고개를 떨군다. 섬진강변의 매화도 구름처럼 피어났다가 암향(暗香)만 남긴 채 구름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봄비는 늘 심술궂다.

창덕궁의 매화는 낙선재 앞에 무리지어 핀다. 울긋불긋 꽃 대궐에서 매화가 돋보인다. 매화밭은 이방자 여사의 애환이 서린 현장으로 알려졌지만 애초에는 헌종이 득남을 바라며 조성한 꽃밭이다.

손수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