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구난방으로 법조개혁안 또 물 건너가나
입력 2011-04-20 17:41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법조개혁안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어제 전체회의에서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여야 간 현격한 이견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법원 출신이냐, 검찰 출신이냐에 따라 일부 위원들이 ‘친정’을 옹호하고 나서는 등 회의도 중구난방으로 진행됐다. 사개특위가 다음달 검찰소위, 법원소위를 다시 열기로 했으나 합의점을 찾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러다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합의 도출 실패는 예상했던 바다. 정파적 이해관계와 직역이기주의, 법조계 반발 등으로 개혁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쟁점인 특별수사청 신설과 대법관 증원에 대해 찬반이 갈렸다. 특히 특별수사청 설치를 놓고 여야 간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물론 검찰 체제를 혁신적으로 바꾸려는 마당에 논란이 없을 순 없다. 그렇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게다.
중수부 수사기능이 폐지될 경우에는 대형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특별수사청이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검찰소위가 마련한 특별수사청 신설안은 아직 미흡하다. 수사 대상에 판·검사는 물론 국회의원을 포함시켰지만 고위공직자 등으로 더 확대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제3의 기관은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국회나 권력이 통제해선 안 된다. 검찰소위가 제시한 대로 그 기관의 장은 퇴직 후 장·차관이나 청와대 비서관 등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일리 있다.
검찰 반발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중수부가 수사한 건 아니지만 최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봐도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우려스러운 것은 여야 이견과 기득권 세력 반발로 개혁안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난산 끝에 사개특위의 통일된 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개혁안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 율사 출신들이 즐비한 법사위 통과도 쉽지 않다. 우려가 현실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