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력 2011-04-20 17:27


하박국 3장 17~18절

감사와 관련해서 사람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감사하지 않는 사람과 조건적인 감사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저희 가정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참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지셨고, 어머니는 자궁암으로 고통당하고 계셨습니다. 10평 정도 되는 월셋집에서 부모님 및 두 여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인간적인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것인데, 당시 저희 가정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소망 없던 시절에 하나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모든 상황을 초월하는 소망의 빛을 비추셨습니다. 친구 5명과 함께 학교에서 ‘에클’이란 기독교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에 모여 기도했고, 토요일엔 성경공부를 했고, 한 달에 한 번 친구들 교회를 돌며 철야를 했습니다. 당시 함께 기도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목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철야를 하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자신이 은혜 받은 말씀이라고 읽어주었던 성경이 바로 오늘 본문입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세상에 이런 말씀이 성경에 있었나 싶었습니다. 이 말씀은 제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제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인생의 절망을 극복하는 길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는 것입니다.

말씀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하박국은 당시 자기 주변에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와 하나님 한 분 때문에 즐거워하며 감사했습니다. 그의 기쁨과 감사의 근거는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물질이 넉넉하거나, 건강하거나, 자녀가 잘 되거나, 기도가 응답되었기 때문에 감사한 적은 많습니다. 하지만 하박국처럼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 한 분 바라보고 감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박국의 위대함이 여기 있습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절망적인 현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고 고백하며 감사했습니다.

하박국처럼 조건적인 감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저는 그 말씀을 받은 이후부터 보이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님께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제 신상명세의 특기란에 ‘결코 절망치 않는 것’이라고 적을 수 있었습니다. 말씀이 임하니 모든 것이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기적을 낳습니다. 후에 어머니는 자궁암을 깨끗이 치유 받았고, 아버지는 빚을 청산하고 하나님께 서원했던 목회자의 길을 가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은혜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때, 하나님은 받을 자격 없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베푸십니다.

임용택 안양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