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한국계 은행들 잠재력 커 5∼10년 내 자산 10배로 키우는 곳 나올 것”

입력 2011-04-19 18:42


(14) 中 진출 국내 은행들 현지화에 주력

차이쓰루 선전발전은행 동성지점장


차이쓰루(蔡時祿) 선전발전은행 동성지점장(47·사진)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들에 대해 “발전 속도가 빠르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고객 현지화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은행이 향후 5∼10년 내 자산규모를 10배가량 늘린 150억 달러를 달성해 성공 케이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 지점장은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 내에서 한국 은행이 발전하기까지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가장 큰 부분은 사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품의 개발자, 관리자, 판매자 모두가 중국인에게 친근한 현지인으로 채워져 영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력, 고객, 상품, 리스크관리 현지화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시작해야 한다”며 “중국인을 한국은행 지점장으로 쉽게 앉힐 수 없듯이 성급한 현지화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차이 지점장은 “고객 유치율로 보면 95% 이상이 현지 은행이 차지하는데 이는 한국 은행이나 미국 등 다른 외자 은행들이 중국 정책이나 기업,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전발전은행은 선전에 본거지를 둔 상장된 지방은행으로 지난해 순이익 63억 위안을 올려 순이익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차이 지점장은 베이징은행에서 20여년간 재직, 지점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선전발전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통인 그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예금 상품이더라도 그대로 내놓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현지 은행의 상품을 연구해 독특한 상품의 특이점과 결합한 뒤 시장에 내놔야 한다”고 했다.

신용위험 관리도 강조했다. 그는 “인력을 늘려 기업 금융 시장을 아무리 개척하더라도 불량 대출이 늘면 감독당국이 용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연말 기준 예대비율 75%를 초과하는 은행에 대해 패널티를 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예대비율이 79.8%, 하나은행은 97.5%, 우리은행은 111.6%를 기록하고 있다.

차이 지점장은 한국 은행들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중국계 은행의 경우 자산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고 상장되면 성공했다고 보는데 외국계 은행은 그 기준을 자산규모 150억 달러 달성으로 봤다. 그는 “지금 수준으로 보면 5∼10년 안에 한국 은행들이 자산을 10배 정도 규모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하나·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총자산은 15억 달러 안팎이다.

베이징=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