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車치기 비상… ‘검정 SM5’ 타고 전국 원정 범행

입력 2011-04-19 18:35

지난 18일 오전 0시5분쯤 검은색 SM5 승용차가 서울 청룡동 관악초등학교 근처 골목길에 들어섰다. 승용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귀가 중인 김모(61·여)씨 근처로 다가갔다. 김씨가 지나가는 차량이겠거니 생각했을 때 갑자기 창문이 열리고 조수석에 탄 남성이 순식간에 가방을 낚아채 달아났다.

전국을 돌며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들만 노린 2인조 ‘차치기’범 때문에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같은 차량에 당했다고 신고된 건수만 지난 열흘간 21건이나 됐다.

차치기범들은 지난 9일 오후 10시50분쯤 수원시 송죽동 만석공원 부근에서 운전자가 시동을 켜둔 채 자리를 비운 SM5를 훔친 뒤 범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13일까지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 영등포 강남 혜화 동대문 중랑 일대를 돌아다니며 10명의 가방을 빼앗았다.

동일범 소행의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은 긴급 수배에 나섰지만 이들은 유유히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광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13∼14일 이틀간 광주에서는 4명이 차치기를 당했다.

2인조는 이번엔 대구로 향했다. 지난 15∼16일 사이 2명의 여성이 이들에게 당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차치기범들은 대범하게도 다시 서울로 이동해 3일간 5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주요 도로 수배차량 통과조회시스템이나 CCTV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오전에 자고 오후 늦게 국도로만 이동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당 중 한 명의 얼굴이 의정부시 골목길에 설치된 CCTV에 잡혔다. 범인은 30∼40대로 보이는 남성으로 마른 체형에 머리가 눈썹까지 내려오며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된 검은색 SM5 승용차를 수배해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