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안 갈등] 법원 “대법관 증원땐 전원합의 불가능”
입력 2011-04-19 18:36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법원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19일 “어정쩡하게 대법관 수를 늘려 봐야 효과도 없다”면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40∼50명 정도로 크게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18일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이 5%에 불과하다”면서 상고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개특위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6명 더 늘리려고 하는 것은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건수가 3000건에 육박하는 상황 때문이다. 대법관 수를 늘리면 상고심 판단을 받고 싶은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사개특위의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상고허가제를 도입해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사건 자체를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대신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둬 처리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이 법령을 통일적으로 해석·적용하는 데도 대법관 증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개특위 방안대로 전원합의체를 20명의 대법관으로 구성할 경우 전원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지방법원장은 “미국에서 연방대법관을 9명으로 정한 것도 실질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적정 인원을 감안한 것”이라며 “전원합의체 기능을 감안하면 현재 14명도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대법관 증원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면에는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경쟁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대법관이 20명까지 늘어날 경우 헌재가 사실상 상급심의 위치를 굳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법원은 양형기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양형기준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법률로 범죄와 형법을 정하는 것은 입법의 영역이지만, 여기에 여러 요소를 반영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헌법상 재판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