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에… 고시원 불법 개조 기승
입력 2011-04-19 18:35
전세대란이 월세대란으로 확대되면서 무허가 원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물주가 설립 허가가 쉬운 고시원을 건축한 뒤 내부에 취사시설을 불법적으로 설치해 원룸 형태로 거래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최근 서울 당산동 B원룸텔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방 안에 화장실, 샤워실 외에 취사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에서다.
B원룸텔은 고시원, 독서실, 상점, 학원 등에 해당하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개별 취사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원룸텔은 방 평수를 늘리려고 지상 6∼8층 방에 발코니를 무단 증축하고 취사시설까지 만든 뒤 원룸이라고 속여 거래했다.
당산동 Y고시원도 방 안에 취사시설을 설치했다. 서울 양평동 S스페이스, H리빙텔, J원룸텔 등은 발코니 등을 무단 증축해 방을 넓히고 개별 취사시설을 설치해 원룸으로 팔았다.
서울 신림동, 가산동 등 직장인 밀집지역 고시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주들은 고시원이란 이름 대신 ‘고시텔’ ‘복합주거공간’ ‘풀옵션레지던스’ 등으로 방을 거래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구로나 가산디지털단지 주변에 밀집된 원룸 중 상당수가 고시원 허가를 받은 불법 건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가 적발한 불법 개조 고시원은 올 들어서만 20건이 넘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2분기에 건축한 고시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136개 동에서 37곳이 불법 용도 변경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이전에 건축한 고시원은 조사하지 않아 불법 개조 고시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전세값 상승과 허술한 법체계가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주들이 건축하기 쉬운 고시원을 이용해 싼 월세방을 구하려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시원은 30실이 넘으면 관할 구의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30실 미만은 관할 소방서에서 스프링클러나 전기안전설비 등 소방장치 감독만 받으면 된다.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에 해당하는 원룸은 소방법과 관할 구의 심사를 모두 받고 가구당 0.5대의 주차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설립 허가도 쉽고,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고시원 불법 개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모든 건축물에 대해 지어진 지 6개월 됐을 때와 2년이 지났을 때 한 차례씩 점검키로 했지만 건축 2년을 넘긴 건물을 개조할 경우 단속이 어렵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불법 개조 고시원을 모두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웅빈 양민경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