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4·19 사죄’… 이승만 前대통령 양자 이인수씨 “유감이지만 이해”
입력 2011-04-19 23:08
희생자 단체들 “동상 건립중에… 진정성 없다” 거부
51년 만의 ‘역사적 화해’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서로의 앙금을 씻기엔 반세기도 짧았다.
4·19혁명 51주년인 19일 서울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과 4·19 희생자 단체 회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전 대통령 유족은 4·19 혁명 희생자 묘역에서 사죄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희생자 유족은 ‘급조된 사과’라며 몸으로 막아섰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80) 박사와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8시57분쯤 소형버스를 타고 4·19 민주묘지에 도착했다. 이들은 참배·헌화한 뒤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차가 정문을 통과해 2m가량 들어서자 4·19민주혁명회, 4·19혁명공로자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등 3개 단체 회원 70여명이 길을 막았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을 한 이 박사가 간신히 차에서 내려 사죄성명을 읽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박사 등은 도착 10여분 만에 쫓기듯 묘지에서 빠져나왔다. 이 박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유감스럽지만 당시 정부의 잘못으로 자식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역사의 잘못을 사죄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와 기념사업회의 간곡한 뜻임을 그분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김일주 사무총장은 “사전 물밑작업을 하려 했는데 대표적인 4·19 관련 단체가 3곳이나 됐고 매우 강경한 분들도 있어 다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4·19 관련 단체들은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혁명공로자회 전대열(72) 총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동상과 기념관을 세우려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자 급하게 사과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국대 재학 당시 4·19 혁명에 참가했다는 김종서(74)씨는 “4·19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피를 흘린 광화문에 독재자의 동상을 세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