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산망 구멍] 농협 이사회 ‘내부소행’ 여부 추궁
입력 2011-04-19 22:40
난타전이었다. 19일 열린 농협중앙회 임시 이사회에서는 이번 전산대란 사태를 두고 이사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특히 내부 직원의 소행 여부를 두고 질문이 쏟아졌지만 농협 측은 “내부 직원들은 6중 방화벽을 뚫을 기술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재관 농협 전무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사회는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며 반려했다.
복수의 농협 이사들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는 농협 내부 직원의 가담 여부를 두고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우선 농협의 금융(신용) 부문을 따로 떼어내는 ‘신경분리(사업개편)’ 작업에 대한 내부 불만세력의 소행인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내년 신경분리가 이뤄지고 난 뒤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슈가 있었고, 이에 대한 반대세력의 테러일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현재까지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사내 문제로 대두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사들은 인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의 소행인지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사회에 따르면 농협은 그동안 분사장(상무)이나 매니저급(국·실장) 인사 시 과거 직무 경험자보다는 초임자를 우선해 왔다. 이사들은 현 정종순 IT본부 분사장이 IT직종 비경험자임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소행은 아닌지도 추궁했다. 농협 관계자는 “기술 분야에 경영 관점을 접목하기 위해 과거에도 IT직종 비경험자가 IT본부 분사장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제너럴리스트(만능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 내부 직원의 소행이 아니라는 증거로 기술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전산망에 침입하기 위해서는 6개 방화벽에 대한 패스워드를 일일이 뚫어야 하는데 내부 직원 중에는 이정도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농협 측은 “최소한 협력업체의 파견 직원 또는 그 이상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사태는 어떤 전문가가 와도 미리 막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사들의 책임 추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전무이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또 다른 이사는 “강력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먼저 원인을 규명한 다음 책임을 묻기로 하고 이 전무의 사퇴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재발방지 대책도 논의됐다. 농협은 현재 6개의 방화벽을 보강하는 한편 보안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추가로 마련키로 했다. 또 IT 전문가를 초빙해 농협전산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보안 전문업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보안 컨설팅도 실시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