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전망 하향] 美에 재정적자 줄이라는 경고… 실제 강등은 안할 듯
입력 2011-04-19 18:08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미국의 신용등급 자체가 강등될지가 주목된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낮아=19일 현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A로 최고등급이다. 전날 S&P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건 ‘전망’에 대한 평가이다. 등급 자체를 강등한 게 아니다. AAA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은 AA+다.
경험적으로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면 곧이어 신용등급이 낮아진 경우가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89년 이후 S&P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은 212건 가운데 118건(56%)에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신용등급 강등은 주로 부정적 평가 이후 6개월 내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외신과 금융전문가들은 S&P의 조치를 ‘자명종(wake-up call)’으로 표현했다. 백악관과 의회가 재정 적자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미국에 대해 최고등급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빚은 약 14조 달러로 채무한도인 14조3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의회가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치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S&P의 이번 전망 조정은 2년 전 영국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2009년 5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AAA) 전망도 S&P에 의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때도 재정 적자가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 연정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폈고, 10월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국가신용등급이 AAA이면서 ‘안정적’인 나라는 19곳이다.
◇정치권 해석은 각각=미 정부는 S&P의 평가가 ‘정치적’이라며 반박했다. 미 재무부는 “재정 문제에 대처하는 미국 지도자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불만스러워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예산 개혁을 위한 초당적 협력의 중요성을 S&P가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는 “예산 삭감과 개혁이 없다면 더 이상 채무한도를 늘려줄 수 없다는 우리 당의 입장이 타당하다는 걸 S&P가 증명했다”면서 “재정 적자에 대한 통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