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개 팔자보다 못한 인민들

입력 2011-04-19 17:38

SBS 주말 드라마 ‘신기생뎐’ 등장인물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동물이 있다. 기업체 회장인 아수라(임혁) 집에 사는 안드래. 작은 얼굴에 큰 귀를 가진 귀엽고 앙증맞은 강아지다. 품종은 파피용. 아수라는 외아들 아다모(성훈)에게는 퉁명스럽고 엄격하고 매정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안드래에게만큼은 자상하기 그지없다.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보는 것 같을 정도다. 아수라에게 안드래는 슬하의 자식이나 다름없다. 프랑스 귀족들도 파피용을 애지중지한 모양이다. 파피용은 귀족들과 함께 그림에 자주 등장하고, 파피용을 그린 초상화도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들보다 강아지들에게 유산을 더 준 게일 포스너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억만장자 사업가의 딸인 포스너는 애완견 세 마리에게 300만 달러, 시중을 들던 하녀와 경호원 등이 애완견들과 함께 살도록 호화 맨션을 포함해 2700만 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 아들에게는 100만 달러만 줬다. 포스너는 평소에도 애완견에게 1만5000달러짜리 목걸이와 비싼 옷을 장만해 주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기행으로 보였겠지만 애완견을 끔찍이 사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아들보다 반려 동물에게 유산을 더 주었을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패밀리를 위해 해마다 각종 애완견을 수입하고 있다. 이 개들을 위해 고급 사료, 샴푸, 의료장비, 약품도 해외에서 들여온다. 프랑스 수의사는 수시로 북한을 방문해 애완견들의 건강까지 챙긴다. 이 의사 초청 비용은 한 번에 대략 1만 달러. 애완견 수입·관리비만 해마다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 애완견이 싸돌아다녀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증언도 있다. 이 정도면 애완견 마니아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애완동물을 기를 수는 있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애완동물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도 있다. 외국 정상들 중에서도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자신의 취미생활보다는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살림살이부터 살펴야 한다. 인민들이 굶어 죽고, 아사를 모면하기 위해 탈북하고, 북한 당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식량 구걸을 하는 마당에 값비싼 애완견을 수입하고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명색이 지도자라면 인민보다 애완견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