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존속살해죄 폐지하면 사회 근간 흔들린다

입력 2011-04-19 17:34

부모나 장인·장모 등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조항이 존속살해죄다. 패륜 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1953년 형법 제정 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존치돼 왔다. 그런데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가 존속살해죄 폐지 방향으로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직 개정시안이 마련된 건 아니지만 특위에서 이렇게 의견이 모아진 만큼 정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효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전통에 어긋나는 데다 패륜 범죄 억제 효과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속살해죄 폐지는 너무 성급하다.

특위 다수 위원들은 헌법의 평등권 조항에 비춰 존속살해죄가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기징역 상한을 25년에서 50년으로 높인 개정 형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만큼 양형 단계에서 실질적 가중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대다수 국가 입법례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의 형식적 측면과 시대 흐름만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법적 가치와 사회적 합목적성 및 합리성을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2002년 “존속상해치사는 인륜에 반하는 행위로 아직은 합리적”이라며 합헌 결정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각 나라에는 저마다 법률문화라는 게 있다. 효는 우리의 유구한 전통사상이다. 우리 전통문화질서와 윤리관도 이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인륜을 거스른 패륜 범죄를 엄단해 온 게 우리 법률문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근본 가치는 지켜야 한다. 그게 국민 법감정이다. 존속살해죄 폐지 추진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 때문이다.

최근 존속살해 범죄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2006년 40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5년 만에 65%나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꾸지람하는 아버지를 살해하거나 금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13층 아파트에서 내던져 숨지게 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존속살해죄가 있음에도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 이를 없앤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패륜 범죄를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는 아예 사라지고 사회 근간이 흔들릴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