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전 축구대표팀 감독·북한 연루… 英비리조사청 “사기사건 조사”
입력 2011-04-18 21:57
사기꾼 한 명에게 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과 영국 정보원 수장, 그리고 북한 정부가 걸려들었다.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은 스벤 예란 에릭손 전 감독과 북한 정부가 걸려든 사기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영국 BBC 파노라마가 18일 보도했다.
이번 사기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러셀 킹은 에릭손에게 4부 리그 축구팀 ‘노츠 카운티’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국가대표 감독까지 했던 에릭손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킹은 에릭손에게 중동에서 거금을 끌어들여 구단을 재단장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에릭손은 2009년 노츠 카운티 단장을 맡게 됐다.
에릭손은 “축구선수 출신인 나로서 그 제안은 환상적이었다. 4부 리그에 머물러 있는 팀을 프리미어 리그까지 승격시키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실수였다”고 후회했다.
약속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축구단은 700만 파운드(약 123억원)의 빚을 지고 파산위기에 처했다. 킹은 당시 에릭손에게 “자금은 광산 거래에서 나온다”고 또 속였다. 킹은 자신에게 스위스에 본부를 둔 광산회사가 있는데 2조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산회사가 북한의 금·석탄·철광석 채굴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킹은 그러면서 에릭손을 데리고 평양까지 방문했다.
에릭손은 “나는 궁전에 있었고, 그들은 북한 정부에 소위 지분을 건넸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나는 그들에게 얼마를 줬냐고 말했고, 그들은 백만 단위가 아닌 수십억 달러라고 했다. 그래서 또 믿게 됐다”고 말했다. 에릭손은 결국 6개월여 만에 노츠 카운티 단장직을 사임했다.
킹에게 속은 사람은 에릭손뿐이 아니었다. 그는 퍼스트런던 은행의 지분을 49%나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은행에는 티모시 여 보수당 하원의원과 전직 영국 정보수장인 존 워터 경 등이 자문위원으로 있었다. 이 은행은 킹이 북한을 방문해 실력자와 만났을 때 존 워터 경에게 감독인 역할을 부탁했지만 존 경 역시 미끼에 불과했다.
킹은 퍼스트 은행의 지분 49%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얻었다. 그가 은행 간부들에게 자신이 바레인 왕가의 재산 수조원을 관리해 준다고 속였기 때문이다. 퍼스트런던 은행은 지난해 870만 파운드의 빚을 졌고, 영국재정청(FSA)은 킹이 이 회사의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