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고용세습·특채 요구에 시달리는 車업계

입력 2011-04-18 21:21

각 자동차업체들이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할 것을 요구하는 노조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노조가 특혜 채용이나 고용 세습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단협안을 갖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는 회의를 통해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이를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고 과반 이상 찬성이 나오면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요구조항은 “회사는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점 부여 등 세부적 사항은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사실상 고용 세습을 가능케 하는 것인 만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등 안팎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가산점 1∼2점 부가는 장기 근속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라면서 “정규직 신분 세습 표현은 언론이 좀 앞서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대의원대회에서 단협안으로 최종 확정되더라도 사측이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인지 여부는 단협안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단협에는 “회사는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해 신규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게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또 한국지엠은 “회사는 직원의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업무상 재해나 개인 신병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자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쌍용차도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조합이 단협안에 들어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재해 등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이 주요 내용이지만 지금까지 실제 적용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게 기업들의 반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실제 적용된 사례가 없다고 해도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조원일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