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사죄 못받겠다”… 관련단체 ‘이승만 유족 사과표명’ 거부
입력 2011-04-18 18:41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과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가 4·19혁명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키로 한 데 대해 4·19 단체들이 사과 수용을 거부했다. 4·19혁명공로자회 등 4·19 관련 단체 3곳은 18일 서울 평동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대책 회의를 연 뒤 성명을 내고 “51년간 아무 말도 없던 이 전 대통령의 양자와 기념사업회가 교묘한 언설로 사과를 운운하면서 오히려 4·19 혁명을 욕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유족의 의도는) 영구집권을 꾀하다가 학생과 국민의 힘에 추방된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려는 것”이라며 “추태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과해야 할 대상은 유족뿐 아니라 국민 전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모르고, 학생의 희생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진정으로 사과하려면 공청회를 통한 국민여론 수렴이 우선”이라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내세워 국립 4·19민주묘지를 방문하고 헌화 참배하는 행위는 단연코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와 기념사업회는 19일 오전 9시 서울 수유리 4·19 묘역을 참배하고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진 학생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계는 이 전 대통령 유족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의도를 경계했다. 역사학자 이이화(74)씨는 “과거에 잘못한 점은 당연히 사과해야 하고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사과라면 괜찮지만 동상 건립 등 다른 배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죄가) 이승만 박사의 동상을 세우자거나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자는 등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진정성이 있으려면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