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5개 출연硏 원장 인사 개입

입력 2011-04-19 01:33

교육과학기술부가 산하 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원장 인사에 특정 인물을 밀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8일 교과부와 기초기술연구회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 13일 기초기술연구회 측에 5개 기관장 선임 일정을 연기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당초 19∼20일로 예정됐던 5개 출연연 기관장 최종 선정 일정은 2주 후인 5월 초로 연기됐다. 연구회 관계자는 “인사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정을 늦추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장 선임은 기초기술연구회 이사회 결정사항…청와대 개입?=기초기술연구회 산하 13개 연구원의 기관장은 공모와 추천 등 방법을 통해 후보를 압축한 뒤 연구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고 이사장이 임명한다. 연구회 정관과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도 그렇게 규정돼 있다.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재적 이사 과반의 득표를 얻은 후보를 기관장으로 최종 선임한다. 규정 상 선임 과정에 교과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현재 기초기술연구회는 항공우주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천문연구원 해양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5개 출연연의 후임 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회는 지난달 14일 5개 출연연 기관장 공모 절차를 시작해 이달 4일 원장 후보자 심사위원회를 통해 기관 당 3배수로 압축했다. 당초 이들을 대상으로 19∼20일 이사회가 면접을 거쳐 곧바로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과부의 연기 요청으로 5개 후임 기관장 선임은 빨라야 다음달 초에나 가능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원이 15명이나 돼 후보 검증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연기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가 원하는 사람을 앉히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개입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교과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들의 인사 자료가 청와대에까지 올라가서 시간이 걸린다”고 인정했다.

◇과학기술계 거센 반발=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 원장 후보 3명 가운데 고위 관료 출신인 A후보가 내정됐다는 설과 정부가 이 후보를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해 항우연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내정설의 당사자인 A후보와 관련, “원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름이 회자됐다. 항공우주 분야 경험과 지식이 일천한 경제학 전공 관료 출신이 연구 조직을 혁신하고 중장기적 기술개발 전략을 세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후보 3명 중에는 특정 대학, 특정 교회 출신 B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출연연 한 연구원은 “기관장 후보들의 전문성이나 연구기관 발전을 바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정실에 치우쳐 논공행상식으로 이뤄지는 출연연 기관장 선임은 국가 과학기술의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연구 현장의 사기를 깎아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5개 출연연 기관장 최종 후보가 정해진 시점은 지난 4일이다. 교과부 설명대로 신원조회가 필요하다 해도 15명의 신원조회 정도는 이미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