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저축은행 이어 또 짐 떠안아… 금융권 불만

입력 2011-04-18 21:33


금융당국, ‘PF 부실’ 해결 움직임 가속화

건설회사를 벼랑으로 몰아넣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18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해 PF 대출 회수 자제를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배드뱅크 설립을 사태 해결의 주요 수단으로 검토 중이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별도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PF 부실 털기 투트랙 방식 추진=금융당국이 5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참여하는 PF 부실 털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 위원장이 요청한 것처럼 우량 건설사들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데까지 내모는 무리한 채권단의 대출채권 회수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채권단이 금융권 전체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 나머지 무리한 담보를 요구해 회생이 불가능하도록 밀어붙인다는 불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앞으로 채권 만기 연장과 동시에 신규 대출까지도 포함한 적극적인 중견 건설사 보호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다음으로는 이날 회동에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부실한 PF 사업장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 채권단과 건설사들이 ‘윈-윈’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부실자산을 옥석가리기 없이 차떼기 방식으로 처분할 경우 채권단도 손해라는 인식이다.

이 방식은 채권단 입장에선 대출 만기가 연장되고 이자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원금은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채무 탕감을 해야 하는 기존의 워크아웃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배드뱅크 추진 방식은=현재 존재하는 배드뱅크는 두 곳으로 캠코와 유암코가 인수한 부실자산을 키워 되파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에 검토 중인 PF 배드뱅크는 민간이 주축이 돼 돈을 내는 방식이다. 즉, 각 은행이 출자 설립해 부실채를 처리한 뒤 돈이 나오면 다시 상환해 주는 형태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두 차례 시중은행 저축은행 증권회사의 금융권 실무자들과 만나 설립방식 등을 논의했고, 5대 금융지주회사들이 주축이 돼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출자 규모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PF 부실채권 규모가 9조741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10조원 정도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만기 도래분 가운데 40% 이상이 2분기에 집중돼 있는 만큼 배드뱅크를 이 기간 안에 서둘러 설립해 부실채권 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부 은행들은 부실 정도 평가와 출자 비율을 정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설립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과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을 비롯해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약속한 4대 금융지주회사 입장에서는 부실을 이중으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만든 유암코(연합자산관리)도 성과가 있었고 잘하고 있다. 은행들 보고 또 돈 내라고 하는 것이냐”라며 반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