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기업도 못믿겠다” 시민들 자구책 마련 확산
입력 2011-04-18 18:42
2008년 GS칼텍스·옥션 사건에 이어 최근 발생한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내 정보가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며 악용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개인정보 유출을 철저히 막겠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교사 김민정(26·여)씨는 지난 주말 가입해놓고 자주 접속하지 않거나 방문하지 않았던 사이트에서 모조리 탈퇴했다. 김씨는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겨 온갖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개인정보 사용동의’에 무심코 동의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 사이트에나 가입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의현(25)씨 역시 “이젠 대기업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최근 모든 상업적 목적의 사이트에서 전부 탈퇴했다”고 했다.
전문 보안업체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과 예방을 맡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학원생 박모(31)씨는 “한 달에 990원만 내면 된다고 해 개인정보 유출 방지 사이트에 당장 가입했다”며 “내 주민등록번호가 이리저리 팔려 다니는 것보다야 돈을 내고 막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확인 사이트에 가입하면 자신의 주민번호가 도용된 적이 있는지, 사용된 위치는 어디인지, 내가 가입한 사이트는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개인정보보안업체 ‘올크레딧’ 관계자는 “현대캐피탈 사건 이후 가입고객이 20% 정도 늘었고, 콜센터를 통해 가입상담을 하는 고객 역시 30% 정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본인이 남겼던 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진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이모(29)씨는 “구글에서 내가 자주 쓰는 아이디를 쳐 봤더니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쓴 글이 모두 나오더라”며 “특히 대출상담을 한 번 했는데 이 때문에 대출 관련 문자가 자주 오는 것 같아 당장 지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개인정보에 대한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재철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꾸준히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를 점검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지만 전문 보안업체의 관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대응팀 최광희 팀장은 “수시로 자신의 정보를 검색하고 확인한 뒤 불필요한 정보가 떠다니는 것을 보면 삭제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본인 스스로 자기검열의 시간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현 진삼열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