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장사 하셨던 이 대통령께…” 청각장애 노점상 부부의 편지

입력 2011-04-18 18:28

“인사동 풀빵이라고 하면 대통령도 기억하실 텐데, 이 자리에서 영업만 계속할 수 있다면 더는 바랄게 없겠습니다.”

16년째 인사동 거리에서 풀빵 장사를 해온 청각장애인 손병철(53)씨와 김숙경(51)씨 부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다급한 처지를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2006년 12월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뒤 손씨 부부가 일하는 자리에서 ‘일일 풀빵장수’를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나도 어머니를 도와 풀빵 장사를 한 적이 있다”며 “풀빵을 보니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 부부와의 기념사진을 손수레에 붙여둔 손씨 부부는 “그 후로도 이 대통령이 3∼4차례 이곳을 찾았다”며 “대통령도 풀빵을 팔았다니 왠지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손씨 부부는 지난해 9월 21일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한 방송사 추석 특집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 14일 청와대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종로구가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 사업 때문에 인사동 노점상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종로구는 지난해부터 관광객의 보행 편의를 위해 인사동의 노점상을 특화거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손씨는 “살림도 넉넉지 못한 형편에 특화거리로 쫓겨나면 대학에 다니는 아들 등록금 대기 버거울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 부부는 “대통령이 청각장애인 노점상까지 신경 쓰긴 어려울 테고 ‘인사동 풀빵’을 기억해주기만 바랄 뿐”이라면서도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에 답장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