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 ‘제 눈의 들보’ 못 보는 외교부
입력 2011-04-18 18:22
외교통상부는 최근 ‘상하이 스캔들’ 후속 대책으로 해외공관에 근무 중인 주재관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에게 연루된 외교관들이 대부분 타 부처 출신 주재관들인데 외교부가 잘못을 뒤집어썼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중국 내 A공관에서 일어난 평일 골프 등 기강해이와 도덕 불감증 현상(본보 18일자 2면 보도)을 보면 외교부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들춰내려는 듯하다.
본보 기사가 나간 뒤 외교부가 보인 반응은 “외교부 내에서 취재한 사안이 아니면서 왜 기사에 ‘외교부 등에 따르면’이라고 돼 있느냐”는 항의였다. A공관장이 30년 넘게 직업 외교관으로 일한 ‘식구’임에도 외교부는 억울하다는 식이다.
A공관장의 문란한 공직기강 행위 외에도 당시 A공관 내에서는 현지 대형 G명품점이 공관에 제공하는 할인권 배분을 놓고 분란이 일기도 했다. 공관 내 한 외교관은 2007년 6월 공무원 비리를 조사하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복무관실에 “공관장 부인이 할인권 배분에 관여하는 등 ‘제2 공관장’ 노릇을 하고 있다”며 제보를 했고, 총리실은 조사에 나섰다.
이 할인권은 3시간권과 전일권 2종류로 G명품점 내 모든 상품을 25% 할인된 가격에 살수 있다. 주로 업무용보다는 외교관 부인들의 쇼핑에 사용됐던 것으로 총리실 조사결과 나타났다.
특히 외교부는 총리실로부터 조사 내용을 통보받고도 공관장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의’ 조치조차 내리지 않았다. 지금도 A공관에서는 이 할인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관이 사설 업체에서 ‘특혜성’ 쇼핑을 하고, 그 분배를 두고 내부적으로 싸움이 일어난 것이 정상적인 공무원 조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교부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6조2항에도 ‘재외공무원은 특권과 면제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열중할 뿐 내부 감시 기능이 마비된 외교부가 언제쯤 ‘들보’를 보게 될지 궁금하다.
이성규 정치부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