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산망 구멍] 농협 “원장 데이터 100% 복구” 주장
입력 2011-04-19 01:29
농협 고객들의 카드거래 내역 일부가 이번 전산망 장애 사태로 삭제됐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 전산 장애 1주일이 지나도록 복구가 쉽게 되지 않았던 것도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던 거래 데이터를 최종 데이터 창고인 ‘원장(元帳)’으로 하나씩 입력하느라 늦어졌다. 농협 측도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원장은 집주소, 전화번호 등 고객 정보나 카드거래 내역 등이 담긴 1116개 파일을 통칭한다. 이 가운데 전산 장애가 발생한 지난 12일 당일 거래 정보가 중계 서버에서 멈춰 원장 서버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장에도 일부 정보가 ‘담기지’ 않았지만 복구가 가능했고, 100% 복구를 완료했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그 이유는 거래 정보들에 대해 6중 백업 장치가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 백업 장치에서 거래 내역이 훼손됐더라도 다른 장치에는 저장된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김유경 전산경제팀장은 18일 “카드결제 대행 서비스 업체(VAN) 등에 따로 보관된 내역들을 본원장에 업데이트했기 때문에 수일이 걸린 것”이라며 “중계 서버가 피해를 본 것이지 원장 금융거래 데이터는 삭제, 유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백업 데이터에 흩어져 있는 거래 내역을 일일이 대조해 본원장에서 사라진 내역만 옮겨 넣고 있다는 것.
농협이 100% 원장을 복구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애초 농협은 이날 기자회견 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고객이 우려하는 카드 고객정보 원장은 복구가 완료돼 정상화됐다”고 했지만 김 팀장은 “현재 검증하는 단계며 완벽한 복구까지는 하루 이틀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을 바꿨다. 또 거래 내역 삭제가 어느 시점에 일어났는지, 몇 건에 이르는 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약 12일의 거래 내역이 아예 유실될 경우엔 누가 어디서 얼마를 사용했는지 정보가 사라지기 때문에 카드 가맹점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농협 관계자는 “전산 장애의 원인이었던 삭제 명령어가 전 서버를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고객 정보의 원장 유출이나 손실이 가능했지만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고 10분 만에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해 그 피해가 그나마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