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산망 구멍] 2,3차 피해 보상 어려울 듯… 농협 “검증된 부분만 보상”

입력 2011-04-18 21:40

농협 전산 장애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가운데 최대 피해자인 고객과 카드 가맹점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피해 금액에 따른 보상 방안 등 전보다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많은 고객이 2, 3차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는 등 평행선을 긋고 있다.

농협이 18일 밝힌 피해보상안은 사고 초기 최원병 농협회장이 제시한 것에 비해 좀더 진전됐다는 평이다. 최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14일 “금액이 얼마나 되더라도 100%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수수료와 연체이자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이날 이재관 전무이사는 연체이자와 이체수수료 보상 외에 “전산 장애로 인해 발생한 신용불량 정보를 타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삭제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50만원 이하와 초과의 피해 금액에 따라 보상 방안을 나눠 제시했으며 이에 불복한 고객에 대한 구제 노력도 추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2, 3차 피해에 대해서는 은행과 고객 간 입장차가 확연했다. 이 이사는 “주식반대매매에 따른 피해는 검증이 필요하다”며 “검증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한다”고 못 박았다. 주식반대매매란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 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는데, 빌린 돈을 약정 기간 안에 갚지 못하면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매매다. 주식반대매매를 예로 들었을 뿐 주택매매 대금 미납 등 각종 추가 피해 등도 농협이 검증 우선을 내세우기 때문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농협이 눈에 보이는 손실만 보상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형 은행이 할 수 있는 적극적 합리적 실질보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농협 사태에 대한 집단소송에 참여키로 한 소비자는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산 장애로 농협카드 결제가 안돼 가맹점이 대금을 받지 못한 액수는 12일부터 이날까지 7만3500건, 577억7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10억원 이상인 셈이다. 농협은 이들 미지급금을 18일 안에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카드 가맹점의 피해는 가까스로 일단락된 셈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