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빨래하지 마세요”… 대북 심리전 전문가 심진섭 교수, 실제 사례 소개

입력 2011-04-18 18:07

대북 심리전은 생활 밀착형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심진섭 충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18일 발간된 ‘합참’ 4월호에 기고한 ‘심리전, 현실적 최상의 비대칭무기’라는 글에서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대북 심리전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합동참모본부에서 장기간 대북 심리전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최근 육군 중령으로 전역했다.

심 교수는 전광판을 활용한 심리전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민군 여러분, 내일 빨래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한 뒤 일기예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일기예보가 정확하면 북측에서 화제가 된다. 일기관측 장비가 열악한 북측에 좋은 선전 소재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전광판은 북한지역에서 잘 보이도록 대형 전자식 글자판으로 만들어졌다.

확성기를 통해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도 북한 당국에 골칫거리였다. ‘청춘을 즐겁게’ ‘이 밤을 그대와 함께’ ‘우리 다 함께 노래하자’ 등이 북한군과 주민에게 인기가 있었으며 특히 ‘시와 음악이 있는 이 밤에’는 북한군이 가장 선호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심 교수는 소개했다. 1997년 탈북한 J씨는 북한군 4군단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고 프로그램 캐릭터인 ‘귀여운 민지’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심 교수는 “2003년 문산 북방에서 귀순한 탈북자의 경우 ‘남측 방송이 나오지 않으면 심심하고 답답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심 교수가 탈북자 등을 조사한 결과, 북한군과 주민은 97년 이전에는 확성기 방송 내용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으나 97∼99년 80∼90%, 99년 이후에는 거의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교수는 또 “살포된 물품은 상표를 제거하거나 변형시켜 상납용으로 활용하거나 밀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전단과 물품 살포 작전은 북한 당국의 외부세계 정보차단에 대한 불만과 대남 동경심을 확산시켰던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2004년 6월 남북장성급회담 이후 심리전을 중단했다. 북측은 천안함 폭침 후 우리 군 당국이 전광판과 확성기를 통해 대북심리전을 재개하려고 하자 “심리전 발원지를 조준 격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