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前 한예종 총장, 中 창춘에 머물며 길림대 분교서 강의

입력 2011-04-18 19:36


중국 창춘(長春)에 머물고 있는 황지우(59)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근황을 밝혔다. 황 전 총장은 한국작가회의 회보 최근호(통권 71호)에 자신의 중국 체류를 ‘생계형 망명’에 비유했다.

그는 제자인 이진희(39)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망명이란 말은 메타포지. 서울은 생활비가 너무 들잖아. 그래서 중국 길림대학과 연결이 돼서 장춘(창춘)에 가 있는데, 문학청년 시절 만주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만주, 봉천, 길림 이런 단어만 들어도 가슴 설레던 것이 그곳에 가 있는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009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적 감사에 반발, 총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그동안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사실상 칩거 상태에 있었다. 그는 “염상섭이 거기(창춘)에서 ‘만선일보’ 편집국장을 하면서 살았으며 백석도 생계형 망명인 셈으로, 당시 장춘에서 토지측량기사 보조를 했고 김동진의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곡도 그곳 남호라는 호수 공원을 거닐면서 작곡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선 내가 중국말을 모르고 13억의 인구가 중국말만 하고, 그래서 한국어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거 그게 너무 좋아. 조선(한국)의 신문, 방송을 안 보니까”라며 “(길림대학) 장춘분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에게 우리 문학을 통해 한국말을 익히는 강의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예종 사태 이후로 말을 아끼고 있어. 일절 접촉을 안 했지. 사실 여기저기서 보자고 그랬고, 뭔가 쓰자고 그랬는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지. 이것저것 구상하고 있는데 돌아가면 발동을 걸어야지. 불가피하게 지난 10년간 공무를 했잖아. 그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 차압당한 것 같고. 그게 또 내 팔자여서, 문제가 안 보여야 하는데 보여.”

그동안 미뤄뒀던 글쓰기에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는 그는 한국문학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술종합학교 때문에 여러 장르를 보는데 문학이 제일 보수적이야. 요즘은 전위에 문학의 자의식이 상당히 퇴색한 거 같아.” 그는 “날이 따뜻할 때 다시 보자”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