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성희] 선거 후보자들의 악수
입력 2011-04-18 17:53
‘죽은 물고기 잡듯 하지 마라.’
어느 책에서 알려준 성공적 악수 법 중 하나로 제가 악수할 때마다 꼭 되새기는 말입니다. 덕분에 웬 여자가 그리 손아귀 힘이 세냐고 핀잔을 듣습니다.
악수는 영어로 ‘셰이크 핸즈(shake hands)’라 하여 손을 맞잡고 흔드는 행위로, 과거 상대방에게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선의를 보이기 위해 행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대개는 만날 때, 헤어질 때, 축하할 때, 위로할 때, 합의를 이끌어냈을 때 행해지지만 단순히 그 행위보다는 잡은 손을 통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고, 또 눈을 마주보며 그 뜻이 전해졌음을 확인하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둔다고 하겠습니다.
다가올 4·27 재보선을 앞두고 TV 뉴스 시간에 후보들의 악수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후보자들의 악수법이 평소와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정치권이나 기관의 고위직에 계셨던 후보들께서 어르신이나 상인들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거나 바삐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로막고 장시간 손을 놓아주지 않기도 해서 저분들이 예전에도 그랬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사실 각종 회합에서 악수를 나눌 기회가 많은데 직책이 높은 분일수록 손을 마주잡기는커녕 눈도 안 맞추고 손끝만 살짝 잡혔다 빼는 경우도 왕왕 있었거든요. 심지어 수행비서들이 너무 꽉 잡지 말라며 미리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상대의 진솔하고 따뜻한 감정이 맞잡은 손을 통해 그대로 담겨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런 것을 기대했다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요.
악수는 여성이 먼저 청해야 하고, 연장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고, 두 손으로 잡지 않아야 하고, 상대방의 눈을 바로 보아야 하고…. 에티켓 책자에 나온 이런 얘기보다 가장 우선하는 것은 상대방에 따라 오직 그 사람만이 느끼는 한번뿐인 악수를 한다는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팔을 가까이 당기며 힘껏 손을 마주잡거나 아래로 손바닥을 펼쳐 그 위에 손뿐만 아니라 마음도 의지하게 하거나 또 그 위로 왼손을 덮어 온기를 드리거나, 아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둘만의 관계 정립이 짧은 시간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고, 그것이 곧 사회적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TV에서 많은 악수를 하시는 후보들 중 누군가가 당선돼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그땐 또 어떤 악수를 하실까요. 지역을 위한 대변자는 아니더라도 그저 남발했던 공약이나 제대로 챙기실지, 행차하실 때마다 손끝만 조금 잡혀주실지, 지방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악수 한번에도 시선이 곱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지금 악수하는 모습과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셔서 지역을 위한 진정한 대변자가 되어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