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의 전산망 테러, 배후 꼭 규명해야
입력 2011-04-18 17:55
사상 최악의 금융거래 전면 중단 사태를 불러온 농협중앙회 전산망 마비 사건은 내부의 사이버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중간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농협은 18일 “이번 사례는 국내외 보안 관련 사고에서 보기 어려운 사건으로, 해킹 수준을 넘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한 고의적인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했다. 또 “이번 사건은 (농협) 내부에서 저질러졌고, 전체 서버 시스템을 파괴하도록 명령이 내려졌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다”고 말했다.
3000만명의 고객과 금융부문 자산 규모만 193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거대 조직 농협 내부에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니 참으로 놀랍고 어이가 없다. 전산장애 사건이 직원 실수인지, 고의인지, 외부 해킹인지, 바이러스 침투인지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 농협이 내부의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한 만큼 검찰은 농협의 중간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한 점 의혹 없이 사건 실체를 파헤쳐야 한다. 단독범 소행인지, 공범은 있는지, 범행 동기와 범행으로 취득한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 전산망 보안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교훈을 남겼다. 농협은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을 완벽하게 점검하고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기 바란다. 농협이 이날 경제적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잇따른 말 바꾸기로 크게 떨어진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도 과제다. 농협은 지난 12일 전산장애가 발생하자 14일 정오쯤에는 금융거래가 정상화된다고 강조했지만 18일 현재 카드 가맹점 대금결제 업무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복구 의지만 앞세우다 화를 자초한 꼴이다. 농협은 전산망 원장 내용이 유실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신용을 으뜸으로 쳐야 할 금융기관이 허언을 계속하면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