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비밀] 마가의 복음서
입력 2011-04-18 17:53
베드로의 첫 번째 편지가 로마 교회의 해석대로 로마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고 바벨론에서 기록된 것이라면 그에 따라 바뀌어져야 할 것이 많다.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은 베드로의 구술에 근거하여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로마 교회가 그것이 기록된 장소를 로마로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지금까지도 베드로와 마가가 로마에 있었던 AD 63년을 마가복음의 기록 연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드로가 예루살렘 총회 후 바벨론으로 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도 바울은 총회가 끝난 후 AD 50년 제2차 선교 여행에 실라와 동행했고 마가는 외삼촌 바나바와 함께 구브로로 갔다(행 15:39). 그러나 아직 선교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마가는 구브로를 떠나 바벨론에 있는 베드로를 찾아갔을 수도 있다. 유월절 만찬 때부터 안면이 있는 그에게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고난을 당하시고 부활 승천하신 후 20년이나 되었는데 왜 아직도 그분의 생애에 관한 기록이 없습니까?”
베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가는 그렇게 물었을 것이다. 학자들은 마가복음이 기록되기 이전에 비망록 형식의 ‘Q자료’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나 어디에도 그런 근거는 남아 있지 않다. 아마도 베드로는 예수께서 재림에 관한 말씀을 하신 후에 그 시기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인용해 그에게 대답했을 것이다.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이 일이 다 일어나리라”(막 13:30)
그러나 마가는 그의 대답을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사도 야고보께서 순교한 지도 7년이나 되었는데 주님께서는 아직 오시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세대가 사도들의 세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도들께서 모두 돌아가시면 주님의 기록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베드로가 불러주고 마가가 받아 쓴 최초의 복음서는 바벨론에서 기록되었을 것이다. 마가의 복음서는 그 구성이나 문체가 베드로의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다. 베드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마가복음의 구성은 간결하고 단순하며 그 문장은 힘 있고 빠르다.
마가의 복음서가 바벨론에서 기록되었다면 그 기록 연대는 AD 50년이 되어야 한다. 마가는 베드로의 구술을 받아 적으면서 그의 아들이 되었고 이후 로마로 가서 바울을 다시 만나 그 복음서의 사본을 전했을 것이다. 바울은 무슨 일인지 모르나 마가를 골로새 교회로 보냈다.
“이 마가에 대하여 너희가 명을 받았으매 그가 이르거든 영접하라”(골 4:10)
당시 로마에는 영지주의 이단이 나타나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었다. 외출이 불가능했던 바울은 베드로의 아들이 된 마가를 보내 아시아 지역에서 일하던 그를 로마로 데려오게 했을 것이다. 마가를 골로새로 보낸 AD 63년이 베드로가 로마에 도착한 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로 도움을 청하고 달려가 도왔던 당시의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작가 김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