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내전 장기화… 美 ‘리비아 수렁’ 빠지나

입력 2011-04-17 19:22

미국이 점점 리비아 수렁에 빠지고 있다.

신속한 군사작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제거하고, 리비아를 ‘정상 국가’로 돌려놓겠다는 당초 계획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다. 일부에선 미군이 다시 리비아 사태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정부군과 반군 가운데 어느 한쪽이 완전히 승리하지도 못하고 대치 중이며, 이런 상황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리비아의 민간인 대량 학살을 막아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카다피의 처지에 대해 “점점 올가미가 좁혀지고 있다”고 전방위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카다피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망명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베를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담에서 “나토의 리비아 군사작전이 목표를 달성하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며, 현재 상황에선 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이 리비아 사태 장기화를 인정한 상황에서, 미군의 재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토군의 정밀 타격 무기와 활용 가능한 전투기가 부족해 효과적인 군사작전이 이뤄지지 않는 게 그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까지 나토군 사령관이 미국의 리비아 작전 투입을 요청하지는 않았으나, 미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조만간 재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토군만의 작전으론 한계가 있고, 효과적인 타격도 할 수 없어 미군의 ‘정밀 유도탄이 장착된 전투기’가 동원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리비아 군사 개입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더 많다. 경제도 악화된 상황에서 내년 재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가급적 리비아 수렁을 피해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발을 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카다피군이 서부 도시 미스라타 주거지역에 최소 3회 집속탄을 발사,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폭탄 내부에 수십∼수백개의 자탄(子彈)이 장착돼 넓은 면적을 한번에 공격할 수 있는 폭탄이다. 국제사회는 2008년 집속탄 사용금지 협약을 채택했지만 리비아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