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산협상 뒷얘기 실수로 공개… 공화당 불쾌
입력 2011-04-17 19:2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폐쇄사태 직전 타결된 공화당과의 ‘예산 전쟁’ 뒷얘기를 전했다. 그런데 내용이 다소 공화당을 ‘뭉개는 듯한’ 무용담이어서 공화당이 불쾌해하고 있다. 뒷얘기는 비공개 대화였으나 실수로 기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방문, 민주당이 주최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공식적인 연설을 끝내고 기자들을 내보낸 뒤 기부자들과 대화했다. 오바마는 지난주 극적으로 타결된 공화당과의 예산 협상에서 건강보험법 폐지 문제가 막판까지 쟁점이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개혁 성과인 건강보험법 폐지를 공화당이 계속 주장하자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그래 한번 붙어보자.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건강보험법 폐지를 원하는데, 내가 예산을 (타협해) 줄 것으로 보나”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에게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1년 반이나 전국적으로 홍보했고, 상당한 정치적 대가도 치러야 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결국 공화당의 폐지 주장은 주장으로만 끝났다는 것이다.
또 낙태 시술을 하는 의료서비스기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정부 예산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공화당 주장에 대해 “내 거부권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한다면 별도 법안을 내봐라. 이걸 슬쩍 끼워 넣지는 말라”고 공격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런 대화 내용은 관계자들이 실수로 마이크를 끄지 않아 일부 기자들이 듣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로 공화당을 타박한 대화 내용이어서 공화당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베이너 의장 대변인 브렌든 벅은 “하원의장과 대통령과의 비공식적 대화는 비공식적으로 남아야 한다”며 “만약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기부자들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대통령의 특권”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