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조선업계 미소짓는 까닭은?

입력 2011-04-17 19:13

고유가로 국내 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석유 메이저들의 심해유전 개발 등이 활기를 띠면서 드릴십 등 고가 해양플랜트 및 선박 수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4척을 싹쓸이 수주했다. 드릴십은 심해에서 원유나 가스를 시추할 때 쓰이는 설비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1척당 5억 달러가 넘는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석유메이저 BP로부터 12억 달러 규모의 북해용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영국 골라 LNG 에너지로부터 올 들어 세계적으로 처음 발주된 LNG선 4척 등 6척을 12억 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운임 등 컨테이너 시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8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34척도 전량 수주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1분기 330만CGT(총톤수), 90척, 128억 달러를 수주해 195만CGT, 88척, 35억 달러를 수주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지경부 관계자는 “선박 척수는 비슷해도 수주 총톤수 및 금액에서 크게 앞섰다”면서 “향후 고유가 추세 지속, 자원 개발 활성화 등으로 우리나라에 기술경쟁력이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활발한 발주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올해 선박 및 조선기자재 수출 전망치를 기존 505억 달러에서 517억 달러로 상향(2.3%) 조정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71억 달러를 수주해 이미 올해 수주목표(198억 달러)의 40%를 달성했고, 올해 110억 달러 수주목표를 세운 대우조선해양도 1분기 34억 달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현재 47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115억 달러)의 40% 이상을 채웠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