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목장을 사수하라!”… 공급처 쟁탈전 치열
입력 2011-04-17 19:12
구제역으로 원유 생산량이 많이 줄면서 목장 확보를 둘러싼 우유업체들 사이의 갈등이 번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제역으로 젖소 약 3만7000마리가 도살 처분됐고, 이 중 2만3000여 마리가 서울우유 소속 목장의 젖소다. 현재 30%대 시장점유율을 가진 1위 업체인 서울우유의 경우 하루 평균 우유 생산량은 1550t으로 필요량보다 350t이나 모자란다.
이처럼 구제역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우유가 생산량을 늘리려고 ‘목장 빼앗기’에 나섰다는 것이 중소 우유업체들의 주장이다.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최근 서울우유가 연세우유와 건국유업의 집유선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 유통질서를 잡아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하루에 우유 2t을 생산할 수 있는 목장 1곳을 서울우유에 빼앗겼다는 연세우유 측은 “오랜 기간 정성스레 관리해 온 목장이 한순간에 서울우유로 넘어가니 허탈하다”며 “서울우유가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회의에서 목장을 빼앗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런 결과가 일어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다른 우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우유가 조합원 가입 문턱을 낮추면서까지 목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조합원을 늘렸다가 다시 예전처럼 생산량이 넘치면 목장을 줄이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 측은 “자연스럽게 농가가 서울우유로 들어오는 것이지 빼앗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부 관계자도 “연간 목장 20∼30곳은 거래처를 바꾼다”며 “서울우유가 직접 개입해 집유선을 이동시키는 증거를 포착하기 전까지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우유가 당분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동안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과잉 생산을 막으려고 만든 생산량 제한(쿼터)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었지만 수요를 맞추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