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작곡가 김형석씨,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5월 5일 무대에
입력 2011-04-17 19:07
“‘엄마는 하나님이 바빠서 보낸 사람’이란 말이 있잖아요. 엄마가 자식들에게 한없이 내주며 살고 그런 당신의 인생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최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작곡가 김형석(45·사진)은 미국에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인기를 끈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등을 만든 대중음악 작곡가인 그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은 다음 달 5일부터 6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작년 가을 신시컴퍼니(공연제작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작업에 들어갔죠. 6∼7개월 동안 뮤지컬에 쓸 30여곡의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 사이 이 책이 이렇게 미국에서 히트를 칠 줄은 몰랐어요.”
그가 소설을 읽은 것은 지난해 6월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보이즈’ 총괄기획을 맡아 중국을 오갈 때였다. 그는 “비행기에서 읽고 있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스튜어디스가 음식 메뉴를 물었지만 운 얼굴이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이 모성애를 워낙 절절하게 그려 놔서 뮤지컬 작업이 부담되지는 않을까. 그는 “영화 ‘쥬라기 공원’도 소설이 백 배 낫다. 결국 리메이크 작업은 원작과 오차범위를 최소화는 게 관건”이라면서 “소설의 감성을 건드리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답했다.
뮤지컬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주요 곡들은 비틀스 노래처럼 잔잔하면서 감성적인 선율을 띤다. 엄마(김성녀)가 딸(차지연)에게 부르는 ‘미안하다’는 이 공연의 대표곡. 끝없는 사랑을 주면서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의 노래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소설에서 대사로 처리하던 것을 뮤지컬에선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엄마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때 이 노래가 흐르면서 관객들을 (눈물로) 보내버려야 해요. 관객이 너무 울어서 화장지 2통이 필요할 정도로, 연인과 온 분들은 선글라스가 필요할 정도로 만들어야죠(웃음).”
그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뮤지컬 음악 제작에도 16년 전부터 참여해 왔다. 그는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할 즈음(1995년) 뮤지컬 ‘스타가 될 거야’를 시작으로 ‘겨울나그네’ ‘겨울연가’ 등에 참여했다. 이때 만난 박칼린(음악감독)과는 절친이 됐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슈퍼스타K 2’ 출신인 여가수 장재인의 프로듀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뮤지컬이든 가요든 영화음악이든 중요한 것은 김형석이 언제나 노래를 만든다는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계속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