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망 장애 후폭풍] 훼손된 카드 거래내역 복구 안되면 거래마비될 수도
입력 2011-04-17 22:30
농협 전산 장애가 발생한 지 엿새째인 17일까지도 일부 금융거래 서비스를 100% 복구하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카드거래 내역이 손실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농협이 그간 고객 정보와 거래내역 등을 담고 있는 ‘원장’은 훼손되지 않았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가 대폭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들은 농협 전산 마비뿐 아니라 현대캐피탈 해킹사건 피해 고객도 모아 집단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드 거래 내역 복구 가능하나=농협은 이날 현재 인터넷 뱅킹을 통한 신용카드·체크카드 관련 거래내역 조회와 인터넷 카드 선결제, 카드론 업무 등이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협 측은 “고객들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95% 정도 복구했다”며 “완전 복구까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망 복원이 미뤄지는 이유는 전산 장애가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 카드거래 내역이 훼손돼 이를 수작업으로 복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 정보 저장소 격인 카드결제대행 서비스업체(VAN)에서 농협으로 넘어와야 하는 카드 거래 내역이 12일 사고 이후 최종 데이터인 ‘원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당연히 회복이 안 될 경우 고객이 어디서 얼마의 금액을 거래를 했는지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거래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농협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카드거래 내역이 손실된 것은 맞지만 가맹점에서 거래된 정보가 VAN에 저장되기 때문에 그 작업을 하면 복구가 가능하다”며 “18일까지 손실된 카드 거래내역을 원장 데이터에 복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상 문제도 논란 예상=전산망 복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고객들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도 늘고 있다. 피해 보상 요구 건수는 17일 오후 6시 기준 911건이며, 전산 장애에 따른 고객 항의도 30만7814건에 이른다.
농협은 고객이 따로 피해사례를 알리지 않아도 대출이자나 카드대금, 공과금을 못 내 생긴 연체료,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사용하면서 낸 수수료 등에 대해서는 자체 전산망으로 추산, 보상할 계획이다. 연체기록 등도 카드사 등에 요청해 모두 삭제키로 하고 만기가 돌아온 어음도 금융결제원에 연기를 요청했다. 이르면 금주 내 영업점을 통해 50만∼100만원 이하의 소액 피해고객 사례를 접수받을 예정이며, 이보다 규모가 크거나 피해 입증이 불명확한 경우엔 본부에서 법률 검토 및 심사를 거쳐 피해액을 보상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계약금을 인출하지 못해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지 못한 경우 등 명확하고 객관적인 사례가 아닌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매매 미계약금의 경우 피해액이 1000만원대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책임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경우에 피해액을 보상한다면 허위 사례로 편승하거나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피해고객들과 소비자단체의 실력행사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농협 전산망 피해 카페’에는 이날 오후 현재 1300여명에 이르는 회원이 등록,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농협의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피해사례를 접수해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