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보다 지독한 ‘백신 담합’… 유명제약업체 등 8곳 5년동안 짜고 입찰
입력 2011-04-17 18:43
제약회사 등이 5년 동안 인플루엔자 백신 값을 담합해오다 적발됐다. 독감 예방 등을 위해 정부가 발주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시장에서 투찰단가를 정하고 물량까지 업체별로 배정했다. 정부가 담합을 하지 못하도록 매년 입찰방식을 바꿨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담합을 한 한국백신, SK케미칼, 녹십자 등 백신사업자 8곳에 과징금 60억69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한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한국백신 16억원, SK케미칼 10억6800만원, 녹십자 8억원, LG생명과학 7억500만원, 동아제약 6억18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4억7300만원, CJ 4억3400만원,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3억71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정부조달에 참여하면서 서로 미리 입찰할 물량을 배정했다. 투찰 단가도 정해 조달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2009년에는 투찰단가를 7500원 이상으로 하기로 정한 뒤에 SK케미칼 70만 도스(dose), 한국백신 70만 도스, 녹십자 65만 도스 등으로 물량까지 나눴다.
정부는 담합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방식을 몇 차례 변경했지만 전체 백신사업자들이 참여해 장기간 담합을 하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은 정부조달(보건소) 시장과 민간수요(도매상·병원) 시장으로 구성된다. 정부조달 시장은 민간수요 시장의 30∼40% 규모다. 인플루엔자 백신 정부조달에 참여하는 업체는 이번에 담합이 적발된 8개 업체(2009년 백신 사업을 중단한 CJ제일제당 제외)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적발로 보다 싼 가격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보건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공급에서도 백신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