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직원들, 업체서 15억 뒷돈… 강남 룸살롱 들락날락
입력 2011-04-17 18:44
교과서를 독점 공급하는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이 뒷돈을 챙기려고 교과서 값의 20∼40%를 부풀린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이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돈은 고스란히 학부모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교과서 인쇄업체 등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 총무팀장 강모(48)씨 등 4명을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김모(55)씨 등 교과서 납품업체 관계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강씨 등은 2006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교과서 인쇄업체, 전자교과서 납품업체 등 65개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비용으로 15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다. 이들은 또 2007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검정교과서 창고에 보관된 용지를 빼돌려 시중에 절반가로 판매한 뒤 6억6000만원을 챙기고 1억2600만원 상당의 파지를 빼돌려 모두 7억8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정교과서 발행권을 지닌 98개 출판사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1982년 비영리 법인인 한국검정교과서를 설립한 후 단체에 교과서 인쇄·공급·납품권 및 업체 선정권을 몰아줬다.
인쇄업체 등은 출판사가 아닌 한국검정교과서의 허가를 받은 뒤에야 인쇄 업무를 맡을 수 있어 강씨 등의 뇌물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 등은 차명계좌를 따로 개설해 뇌물로 받은 돈을 공동관리하면서 유흥비로 쓰거나 주식투자에 사용했다. 강씨 등이 서울 강남의 단골 룸살롱에서 쓴 돈만 3년간 4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재질보다 뇌물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가 기준이었다”며 “자전거와 공기청정기 등 현물도 뇌물로 받았고 납품업체에 유흥비와 해외여행 경비도 대납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정교과서 직원으로 근무하면서도 버젓이 파지 수거업체 ‘대한에너넥’을 차려 별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30년간 한 번도 공공기관의 수사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어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들이 받은 돈은 교과서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모든 국민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사들이 비리 사실을 알고 있어도 카르텔이 형성돼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뇌물수수 액수가 적은 다른 직원 8명의 비위 사실을 검정교과서 측에 통보하고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도 수사하기로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