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고객 카드거래 내역 훼손…“원장 정상” 해명 거짓
입력 2011-04-17 22:22
농협의 전산 거래가 사고 발생 6일째가 되도록 완전 복구되지 못한 것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일부 고객들의 카드 거래 내역이 훼손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농협 관계자는 17일 “금융거래 서비스 작업이 100% 완전 복구되지 못한 이유로는 일부 고객의 카드 거래 내역이 훼손돼 백업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고객 회원이나 거래 정보가 기록된 데이터를 뜻하는 ‘원장(元帳)’은 정상이며, 전혀 피해가 없음을 강조해왔던 농협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훼손된 부분은 카드 가맹점에서 취급한 거래 정보와 고객 포인트다. 원래 가맹점에서 거래된 정보는 카드 결제대행 서비스업체를 거쳐 농협으로 넘어오게 돼 있는데 이 결제 내용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카드 결제대행 서비스업체를 임시 저장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백업 작업을 마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무 관련 원장 손실은 카드 거래내역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 회원이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가 원장에 기록되는데, 이 원장에 기록된 데이터가 손실되면 농협에서 회원에게 청구서를 보낼 수조차 없을 뿐더러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지도 못하게 돼 사실상 거래 마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구멍이 크게 드러난 금융권 전산 보안 문제와 건설사들의 잇따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등의 현안을 풀기 위해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오전 8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팔성 우리금융회장, 한동우 신한금융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회장, 강만수 산은금융회장 등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조찬간담회를 갖는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이 함께 5대 지주 회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융회사 전산 보안 문제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건설회사 부실 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연착륙, 서민금융 기반 강화, 신용카드 과당경쟁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영대)는 17일 농협 IT본부(전산센터) 직원과 농협 서버관리 협력업체인 한국 IBM 직원 3∼4명을 불러 조사했다.
고세욱 김아진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