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는데…영천서 또 ‘구제역’
입력 2011-04-18 00:36
한동안 잠잠하던 구제역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 살처분이 있은 지 26일 만이다. 정부가 사실상 구제역 발생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구제역 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한 지 4일 만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돼지농가를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17일 밝혔다. 돼지 67마리를 키우는 이 농가는 16일 6마리가 의심증상을 보인다며 신고했다. 농식품부는 경상북도에 해당 농장 이동제한 조치, 감염 돼지 살처분, 농장 소독 등 긴급방역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사육 가축 임상관찰, 일제소독, 예찰활동 등 방역대책 추진 강화를 전국 시·도에 지시했다.
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이번에 영천 돼지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O형 혈청 구제역이다. 올해 전국에서 발생해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형이다. 이에 따라 발생농장에만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방역대(반경 500븖, 3㎞, 10㎞)를 설정하거나 발생지역 전체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왜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 원인이 뭔지 현장조사를 한 뒤 정밀 분석 중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미 발생했던 구제역과 동일한 유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차 백신접종까지 모두 마친 상황에서 동일한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 과정에서 농가가 실수를 했거나 면역력이 약한 일부 가축이 백신에 들어있는 항원(바이러스)을 이기지 못해 구제역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방 접종과정에서 농가가 접종량과 접종부위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예방접종 후 항체가 형성됐더라도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에는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기존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이 간헐적으로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약하게 만든 항원이 백신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백신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억누른 상태이다.
정부는 상당 기간동안 구제역 백신을 계속 접종할 계획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백신접종 청정국은 백신접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구제역이 최근 2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으며, 최근 1년간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나라에 부여하는 지위다.
한편, 경북도 가축질병방역대책본부는 16일 경북 영천시 오수동 산란계 농장에서 폐사한 닭 40여 마리 시료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