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공관 기강해이…고위외교관, 미스코리아와 접대 골프 파티
입력 2011-04-17 10:19
현직 고위외교관이 중국 내 공관장 재직 시절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 등과 평일에 ‘접대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외교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 관광차 관할 지역을 방문하자 공항에 관용차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하이 스캔들’과 함께 해외 외교공관의 공직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사건이다.
17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2008년 4월 당시 A공관장은 한 회원제 골프장에서 현지 교민 P씨(여)와 P씨가 초청한 미스코리아 출신 20대 여성, 남성 프로 골퍼 등과 골프를 쳤다. 골프는 P씨가 A공관장에게 제의해 이뤄졌으며, 18홀 게임비와 식사비용은 P씨가 모두 부담했다.
동석했던 남성 프로 골퍼는 “주로 P씨가 공관장에게 부탁을 하는 쪽의 대화가 오간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이 공관에 근무했던 한 인사도 “P씨가 공관장을 끌어들여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측면이 보였다”면서 “P씨가 거액의 기부 약속 등을 했고 4강 대사 자리를 노리던 A공관장이 한때 P씨의 제안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A공관장은 2008년 1월에는 자신의 지인들과 관광하러 온 이 대통령의 사돈 S씨(여) 일행이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관용차 2대를 보냈다. 또 도착 당일 한 교민 집에 묵고 있는 S씨 일행을 예고 없이 찾아갔고, 다음날에는 저녁식사까지 대접했다. 관광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에게 공관장이 관용차를 제공한 것은 해외공관 업무 규정에 어긋난다.
S씨 일행은 예상치 못한 의전을 받은 뒤 “방문 기간 내내 관용차를 이용하라”는 A공관장 제의를 거절했다. 또 일행 중 1명은 “관용차 이용과 공관장에게 식사 대접을 받은 것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중도 귀국했다. 동행했던 한 인사는 “지인들끼리 백화점 세일기간에 맞춰 관광차 간 건데 공관장의 과도한 친절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A공관장은 4강 대사 하마평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7년 7월에도 A공관장은 공무원 비리를 감찰하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리관실로부터 ‘평일 골프’ 문제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총리실은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외교부 감사관실에 “향후 감찰자료로 활용하라”며 조사 내용을 통보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A공관장의 소명을 듣고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대해 A공관장은 “평일에 골프 친 것은 맞지만 한류스타의 자선공연 추진 차 그 연예인의 골프코치를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관용차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나라사랑어머니회 멤버들이 와서 도와주기 위해 관용차를 보내고 만난 적은 있지만 거기에 대통령 사돈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A공관장은 지난해 3월 해당 공관장 임기를 채운 뒤 귀국했다.
이성규 이도경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