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김문수 지사 나란히 미국行…차기 대선 노린 행보?
입력 2011-04-17 22:37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차기 대권 ‘잠룡’들의 미국행을 두고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은 17일부터 7박8일간 산적한 시정을 뒤로 한 채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특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외교·안보 분야 논의를 위해 미국 고위 인사를 만나는 일정을 놓고 차기 대권 ‘잠룡’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 시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 정계 고위 인사들과 교분을 쌓기 위한 일정을 잡았다. 차기 미 국방장관 후보군에 오르고 있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등과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이에 앞서 19일 오 시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서울 9위에서 5위로(Seoul 9 to 5 Creative Governance)’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20일에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도시경영의 전략, 테카르트(Tech+art)’를 주제로 디자인 서울의 도시개발 정책에 대해 강의한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기간에 굳이 이 같은 ‘전시성 일정’을 잡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오승록 시의회 민주당 측 대변인은 “오 시장은 대권 후보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외국 대학 강의에 나설 게 아니라 전셋값 폭등, 물가대란, 뉴타운 등 쌓여 있는 서울 현안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며 “특히 청와대에서 위임해 특사로 나가는 게 아닌데 어떻게 외교·안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9일과 21일에는 보스턴과 볼티모어를 방문, 매사추세츠주 및 메릴랜드주와 바이오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도 체결한다. 이번 방미 일정에는 오 시장과 시 공무원 18명이 참여하며 항공료 등 1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같은 날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캐나다와 미국 방문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대권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19일 미국 뉴욕에서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초청으로 한반도의 미래,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국내 정치인이 CFR에서 연설하는 것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정몽준 의원, 2009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4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