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핵연료 재활용’ 공동 연구한다
입력 2011-04-17 18:18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3단계로 나눠 ‘파이로(Pyro) 프로세싱’ 등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조만간 우리나라도 사용후 핵연료를 버리거나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자력발전에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양국이 지난 13일 미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핵연료주기 한·미 공동연구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연구 진행 일정에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용후 핵연료 건식 처리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2011년까지 모의실험 시설을 갖추고, 2016년까지 공학규모 실증시설을 짓기로 했다. 2025년 이전까지 실용화 시설을 건설·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또 ‘4세대 친환경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경우 2011년까지 개념설계, 2017년까지 SFR 실증로 표준설계를 마치고 2028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일단 원자로 안에서 사용된 핵연료에서 다시 핵연료 물질을 뽑아내는 ‘재활용’ 기술의 하나로, 우리나라와 미국이 개발한 방식이다. 핵연료(우라늄)가 핵분열을 거치면 우라늄 외에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등 다른 여러 가지 종류의 ‘핵분열후 물질’이 남는데, 황산 등 용액을 사용하는 습식 처리를 통해 다시 핵연료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Pu 239)만 추출할 수 있다.
이것이 ‘핵연료 재처리’인데, 여기서 모인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북한 핵문제, 국제관계 등과 맞물려 사실상 이 핵연료 재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고안된 방식이 파이로 프로세싱이다. 이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를 전기 환원 및 제련 등 과정을 거쳐 플루토늄뿐 아니라 다른 물질도 함께 추출하는 방식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이 건식처리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 혼합물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파이로 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를 통해 ‘핵연료 순환’ 시스템을 구현할 경우 방사선 독성은 기존에 비해 1000분의 1,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규모도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이로 처리 방식이 플루토늄 추출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의미도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