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기’ 못 느낀다면 후각장애 의심을
입력 2011-04-17 17:44
봄 냄새가 가득하다. 향긋한 봄꽃이 만개하고, 봄나물의 향기가 잠자던 입맛을 깨우는 때다. 다른 계절에는 쓰지 않는 ‘냄새’라는 표현을 굳이 봄에만 쓰는 것은 봄철엔 향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달콤하고, 따뜻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봄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후각 장애 환자들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용복 교수는 17일 “도처에서 봄의 향기가 만연한 요즘, 아무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후각은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알아내는 감각이다. 미각과 함께 맛을 느끼는 일 뿐 아니라 상한 음식을 가리고, 불이 나거나 가스가 누출되는 것을 감지하는 등 위험을 지각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후각에 문제가 생기면 화재로 인한 연기나 가스누출 등을 알지 못하며, 음식이 타는 지, 상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 자신의 후각에 이상이 있다고 여겨지면 지체 없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는 이유다.
후각 이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비염, 비용(코 버섯), 부비동염(축농증) 등 콧병이 가장 흔하다. 감기를 앓은 뒤 후각 장애를 겪기도 한다. 단, 단순 감기로 인한 후각 장애는 특별한 처치 없이도 보통 약 1∼2일 만에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머리를 다치면서 머리 안의 후각 전달 신경이나 냄새 중추가 손상되는 경우이다. 전체 후각 장애 환자의 약 10∼20%를 차지하고, 후각신경을 되살릴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만약 감염에 의해 후각신경이 완전히 손상된 경우엔 비염 등의 원인 질환을 제거해도 후각이 회복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간질 등 뇌 신경계 질환과 여러 약물이나 독성물질의 부작용, 칼만증후군(무후각증과 내분비 호르몬 장애를 보이는 유전성 질환) 등에 의해 후각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후각기능에 대한 검사는 크게 둘로 나뉜다. 냄새를 맡는 능력을 측정하는 후각역치검사와 냄새의 종류를 구별하는 후각인지검사다. 어느 경우든 후각이상이 콧병처럼 외부 자극 물질이 후각신경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전도성 이상인지, 혹은 후각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후각 이상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