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주최] 진료 받은 동남아 노동자 70여명 “너무 고맙습니다”
입력 2011-04-17 19:05
“병원에 갈 시간도, 돈도 없어 서러웠는데 이렇게 진료해주니 너무 고맙죠.”
국민일보와 NGO 굿피플, 반포교회 의료선교부가 함께 펼치는 사랑의 의료봉사가 17일 서울 방배본동 지구촌 비전교회에서 열렸다. 교회 3층 대강당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진료에는 외국인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터에서 업무를 마치고 모처럼 교회에 모인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 70여명은 오랜 기다림에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큰소리로 대답하며 의사에게 가는 모습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진료에는 한의사를 포함해 2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의사와 상담을 한 뒤 혈액검사, 당뇨·혈압검사, 골다공증검사 등을 받았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주일치 약도 처방받았다.
압구정동의 한 가정에서 입주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 조이(36·여)씨는 “눈도 안 좋고 치통에 알레르기까지 있어 많이 아프다”며 “그동안 상담할 곳이 없었는데 이렇게 진료를 받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약사 김양숙(66·여) 권사는 “조이가 고무장갑을 너무 오래 끼다 보니 주부습진이 심한 상태”라며 “조이처럼 보험도 안 되고 치료비도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부항치료를 받은 필리핀인 랜디(53)씨는 “공장에서 매일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어깨와 허리 통증이 심하다”며 “시간도 돈도 없어 병원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탁기공장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해 관절이 안 좋다는 필리핀 출신 아나밸리(48)씨도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반포교회 의료선교부장 길학준(56) 장로는 “‘찾아가는 섬김’의 차원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며 “외국인을 위한 사회봉사로 교회의 역할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