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각지대의 검정교과서 리베이트 비리
입력 2011-04-17 17:51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과 납품업체들의 대형 리베이트 비리가 적발된 것은 충격적이다. 이 리베이트 금액이 교과서 제작 단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점에서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친 거나 다름없다. 이로 인해 현재 교과서 가격이 최소 20% 이상 부풀려졌다고 한다. 이렇게 거품이 낀 교과서 대금은 교육예산에서 지급(중학교)되거나 학부모 부담으로 전가(고등학교)됐다고 하니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불법 수익금을 철저히 환수해야 마땅하다.
서울남부지검이 어제 발표한 ‘검정교과서 납품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사법 처리된 한국검정교과서 직원 4명은 2006년 3월부터 올 1월까지 65개 교과서 업체들로부터 모두 15억원의 금품을 받았다. 교과서 인쇄, 전자교과서 납품 등과 관련한 리베이트 명목이다. 또 교과서 용지를 시중에 빼돌려 7억여원을 횡령했다. 금액이 크지 않으나 이들 외에 직원 8명의 리베이트 수수도 드러났다. 직원 47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조직적 범죄행위가 장기간 이뤄져왔음에도 그간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는 98개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공동 생산·공급할 목적으로 1982년 설립한 이후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무려 30년간 한번도 수사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아무런 거리낌 없는 관행적 범죄가 만연될 수밖에 없었을 게다. 이번 사건에서도 교과서 납품 및 인쇄 과정의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직원들이 업체들에 매출액의 20%를 리베이트로 요구했다고 한다. 이 돈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니 양심불량이다.
국가예산을 축내고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킨 이들을 엄단하는 것은 물론 차제에 구조적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 우선 내부 감사가 있음에도 비리가 횡행한 데 대해 한국검정교과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단체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외부 감독 및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어떤 형태로든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