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춘분
입력 2011-04-17 18:06
도종환(1954~ )
밤중에 봄비가 다녀갔나 보다
마당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잠결에도 비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굴뚝새 만한 작은 새가 앉았다 날아가자
숨어 있던 빗방울 몇 알이
아랫가지 위로 톡톡톡 떨어진다
삐쫑 빼쫑 혀를 내밀어 그걸 핥아먹고는
입술을 훔치는 모과나무 꽃순이
푸르게 반짝인다
오늘은 묵은 빨래를 해야겠다
약 냄새 밴 옷들도 벗어 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