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국회 이젠 그만”… 초선 의원, 당 지도부 뒤흔들다

입력 2011-04-15 21:46

한-EU FTA 비준동의안 부결 안팎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15일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부결되는 파란이 일었다.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정부로부터 국내 업계 피해 대책을 보고받은 한나라당 소속 유기준 법안심사소위위원장은 곧바로 표결을 시도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무슨 의결을 해요”라면서 의사봉을 빼앗았지만 유 위원장은 “찬성하는 의원님들은 기립해 달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찬성 3명에 반대 2명. 일어서려다 다시 자리에 앉은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기권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떴다.

홍 의원은 이후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FTA가 국익을 위해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국익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생떼와 강행으로 얼룩진 국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 결정으로 (논란)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지역 초선인 홍 의원은 지난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더 이상 물리력을 동원한 일방 처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고, 동참 시 의원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던 국회바로세우기모임에도 참여했었다.

표결 처리가 무산된 이후 소위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국토해양위 소속인 민노당 강 의원을 향해 “여기 왜 왔어”라며 고함을 쳤다. 강 의원이 정부 대책의 부실을 문제 삼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강 의원을 향해 “공부 좀 하고 말씀하세요”라고 화를 냈다. 이에 강 의원이 “당신은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양반이 돼서 이렇게 (FTA 번역을) 불일치,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야. 사퇴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본부장도 “말씀 조심하십시오”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홍 의원의 ‘반기’로 여당 지도부는 혼란에 빠졌다. 야당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들어 동의안을 4월 국회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원내대표와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소위가 끝난 직후 외통위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법안심사소위의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심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야는 결국 이날 오후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19일 비준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외통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은 4·27 재·보궐선거 이후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데 일정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