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안 비상] 한은, 공동검사 왜?… ‘공동망’ 장애땐 他은행 결제도 차질

입력 2011-04-15 18:38
한국은행이 15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열어 농협에 대해 공동검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전산 사고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은이 18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착수하는 공동검사에서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부분은 금융결제원을 통해 연결된 소액결제 시스템이다.

소액결제 시스템은 현금인출기(CD)를 통해 일반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거나 타행으로 송금하도록 하는 CD 공동망과 인터넷 등을 통해 다른 은행으로 송금 등이 이뤄지는 타행환 공동망으로 나뉜다. 한은은 농협의 전산장애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특히 타행환 공동망의 경우 농협의 전산장애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은행의 자금 결제에도 심각한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 12일 농협 전산장애 발생 당시 한은 전산망(BOK WIRE) 마감 시간을 1시간40분이나 지연시켜야 했다. 농협은 전산이 다운되자 그날 오후 3시 이후 이뤄진 모든 거래를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 다른 은행에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전산망은 타행환 공동망과 달리 은행 간 자금 송금과 결제에 쓰이는 망”이라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극단적인 경우 지급결제 미스매치로 현금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 부족이란 상대 거래 은행에서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한은이 나서서 일중당좌대출(장중 사용하고 업무 마감 후 갚는 대출)을 해줘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간 지급결제는 일반 고객들과 달리 하루에도 수조원씩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것.

한은은 궁극적으로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결제지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유병갑 금융결제국장은 “같은 일이 계속 반복해서 벌어질 경우 고객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해당 은행, 나아가 우리나라 금융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