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모두 ‘무혐의’… ‘봐주기’ 비판 속 막내린 한상률 게이트

입력 2011-04-15 18:27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여러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의혹의 실체는 밝히지 못한 채 그림로비 등 개인비리만 밝히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 전 청장이 고가의 그림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혐의(뇌물 공여)를 적용했으면서도 구체적인 청탁 내용은 규명하지 못했다.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검찰 수사는 궁금증을 거의 해소하지 못해 ‘면피수사’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연임을 위해 여권 실세 등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 의혹이 불거진 도곡동 땅 논란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골프접대 및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도곡동 땅 전표를 봤다고 하지만 진술만 있을 뿐 입증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도곡동 땅 전표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 직원을 여러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물증을 찾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2년 전에 불거진 의혹이어서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불러온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의 직권 남용 의혹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조사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안 전 국장을 통해 이상득 의원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안 전 국장의 당시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했지만 의원회관에 들어간 뒤 부의장실에 실제로 들어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만났다”는 안 전 국장의 진술과 실제 출입한 기록이 있는데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 의원의 서면 답변만을 근거로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검찰이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준 한 전 청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를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불기소한 부분 또한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 검찰은 “이 그림이 한 전 청장의 부인이 전씨의 부인에게 전달했고 전씨는 당시 이런 사실을 몰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