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협력업체 비자금 단서 포착… 일감 몰아준뒤 원가 부풀려 수십억 조성 흔적

입력 2011-04-15 18:22
매출195억→ 503억 불었는데 순익은 고작 2억 늘어

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어 일감을 몰아준 뒤 이 업체의 매출 원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지난 12일 하도급업체에서 압수한 증거물 분석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며 “조만간 관련자 소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의 작은 처남인 위모(54)씨가 2003년 설립한 화물운송 중개업체 제이에스퍼시픽을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에스퍼시픽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설립 3년 만인 2006년 매출액이 195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이후에도 급격히 증가해 2007년 326억원, 2008년 50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제이에스퍼시픽이 금호석유화학과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등 석유화학 관련 운송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에도 기존 운수업자와 맺었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이에스퍼시픽에 몰아줘 운수업자들이 상경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2006년 1억1800만원에서 2008년 3억4000만으로 2억원가량 증가한 게 전부다. 이는 매출원가가 과다하게 부풀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매출원가에는 직영 차량의 유지비와 직원 급여 등이 포함된다. 대체로 동방, 대한통운, 글로비스 등 운송업체의 매출원가는 88∼90% 수준이다. 제이에스퍼시픽은 중개업체이기 때문에 직영 차량도 없고 종업원 수도 13명에 불과하지만 매출원가는 95%에 달한다.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매출원가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더구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제이에스퍼시픽은 지난해 8월 K운송업체에 국제물류주선업을 양도하고 돌연 폐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이 박 회장에게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시점은 박 회장 부자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를 진행하기 위해 금호석화 주식을 매집한 시점과 맞물린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하도급업체들은 사실상 박 회장이 소유한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관련자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