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도문화의전당에는 지난해 8월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설립 20년 만에 전석이 매진된 공연이 생겼고, 자체 기획한 공연도 늘었다. 변화의 진원지는 스타 배우 출신인 조재현(46) 문화의전당 이사장이다. 그는 비상근인데도 수시로 공연장을 찾고, 각종 아이디어도 쏟아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조 이사장은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업계획 발표회’에서 “(문화의전당) 공연장이 수원역 부근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도 오기 좋다”며 문화의전당 홍보부터 시작했다.
그는 문화의전당 직원이 사업계획 발표를 마치자 직접 나서 의견을 덧붙이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설명했다. 동석한 손혜리 문화의전당 사장은 “이사장은 공연에 필요한 인력을 직접 섭외하는 데서 보듯 추진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김승일의 내 생애 첫 번째 콘서트’는 발매 3일 만에 전석이 매진됐는데 이 또한 조 이사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성악가의 꿈을 미룬 채 야식 배달부로 일하다 SBS ‘스타킹-기적의 목청킹’ 출연을 계기로 ‘한국의 폴 포츠’로 떠오른 김승일씨를 섭외하기 위해 방송국을 직접 찾아간 일화를 들려줬다.
“밤에 TV를 보다가 김승일씨의 노력과 실력에 감동받았죠. 바로 방송국으로 달려갔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클래식계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2, 제3의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되는 ‘키즈 아츠 페스티벌’은 문화의전당 20년 역사에서 전례 없는 기획이다. ‘미술관에 간 윌리’ ‘마술연필’로 유명한 동화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전을 비롯해 발레공연, 음악회,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가난 때문에 상처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돈이 없어서 문화를 못 누리는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받은 수당 전액(약 3000만원)을 ‘다문화자녀 오케스트라’ 악기 구입에 쾌척하는 등 소외 어린이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조 이사장은 “(문화의전당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이라)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잘 쓰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것 같다”면서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일을 알게 되니 괜찮다.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산하에 경기도립극단과 무용단, 국악단,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팝스앙상블 등 5개 예술단을 두고 있다. 이전에는 경기도지사가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난해 8월 조 이사장이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취임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경기도문화의전당 조재현 이사장 “가난 때문에 어린이들 상처 받아선 안되죠”
입력 2011-04-15 21:35